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시

(43)
가을 엽서/안도현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송찬호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찬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이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회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 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가 이 지상까지 흘러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빛을 잃은 것인냐 먹고 버린 달 껍질이 조각조각 모여 달의 원점으로 회복되기 까지 어기여차, 밤을 굴러가는 달빛처럼 빛나는 단단한 근육 덩어리 달은 꽁꽁 뭉친 주먹밥이다, 밥집위에 뜬 회망처럼, 꺼지지 않은 동치미 무를 먹으며 아삭아삭 달을 베어먹는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팥죽에 뜬 새알을 떠먹으며 어두운 밤하늘을 들락날락하는 달을 떠먹는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달걀과 밀가루가 들어간 둥근 지짐이와 부침들을 먹..
산도화/박목월 산도화/박목월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가을 편지/이해인
아름다운 사람/이성선 이성선(李聖善, 1941년 1월 2일 ∼ 2001년 5월 4일)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30여 년의 긴 시작(詩作) 기간 동안 비교적 고르고 일관되게 우주와 자연을 노래하였다. 그에게 자연은 유일한 벗이요, 생의 중요한 일부이자 전부였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자연 친화와 우주의 신비를 노래해 시의 순결성과 순수 서정을 지향해 왔다손 치더라도, 그리하여 다소 현실에서 멀어져 도피적이고 방어적인 모습을 취했다 할지라도 그 역시 한 인간으로서 근원적 고뇌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생에 대한 욕망을 완전히 놓아 버리진 못했음을, 그 역시 준열한 내적 투쟁을 끊임없이 치러 왔음을 우리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생애 이성선은 1941년 1월 2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성대리 256번지에서 이춘삼과 김월용 ..
그의 반/정지용
낙엽/구르몽
2019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신앙시 최우수상 - 들깨 추수/ 김춘기 당선 소식을 듣고 덤덤하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가볍게 솟아오릅니다. 꿈처럼 다가온 현실이 환상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땅을 일구어 곡식을 심고 추수하던 때가 떠오르며 들깨의 알싸한 향이 코끝을 스칩니다. 땀방울 속에 기쁨이 공존함을 알았고, 때를 따라 필요를 채워주시는 섭리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설프고 영글지 못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더 다듬고 묶어서 시적 상상의 세계를 넓히라는 의미가 들어있음을 감지합니다. 무엇이든 풀어서 설명해야 안심이 되는 직업에서 생긴 습성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시보다 수필이 몸에 맞는 옷이라 생각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겠습니다. 시어(詩語)에 대해 버거운 마음을 버리고 매만지고 가다듬어 정교하고 담백한 언어로 가꿔가겠습니다. 소박하고 진솔한..
용접/주강홍
밤 편지/김남조